제목과 달리 개발자의 회고라기보다는

스스로 2023년을 되돌아보며 가볍게 정리한 글입니다.


1. 개발자

1-1. 학습

나는 성격상 아무것도 안 하면 불안한 증상을 가지고 있다.

그렇다고 단기간 엄청나게 몰입해서 성과를 내는 유형도 아니다.

평생 주니어일 것 같았던 나도 경력이 쌓이고 있었기에 무언가 채울 것이 필요했다.

그래서 연초에 지인과 함께 스터디를 진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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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터디 진행 당시엔 엄청나게 도움이 되었지만,
시간이 흐른 지금 내 머리가 아닌 노션에 정리되어 있는 건 함정
(물론 다시 찾아보면 이해하는 시간이 더 줄어들겠지만)

알고리즘, 기술 면접에 필요한 CS 지식 등도 함께 공부했다.

미라클 모닝까지 병행하며 이른 새벽 시간을 활용하니 꾸준함을 오래 이어 나갈 수 있었다.

이렇게만 되면 모든 게 다 내가 원하는 대로 이뤄질 것 같았지만

역시 한 번에 되는 건 없었다.

건강 이슈로 인해 연초에만 학습을 진행할 수 있었다.


1-2. 번아웃

개발이라는 업무의 특징은 매번 아는 것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우리 모르는 영역을 탐구하며 일하는 경우가 많기에

무지에 대한 불안함을 많이 마주할 수밖에 없다.

주니어 시절 경력이 차면 부족함도 많이 채워질 거라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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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발자로 일한지 만 4년이 지났다.

아무것도 모르는 나의 오만한 생각이었다. 무지에 대한 불안감은 여전하다.

배워야 할 것들은 많은데 모르는 건 산더미고 내가 성장하는 속도에 비해

더 빠르게 기술이 발전하는 게 느껴졌다.

아마 경력이 많은 시니어들도 동일할 거라고 생각한다.

주니어 시절은 모르는 게 당연하다고 느끼며 노력에 집중할 수 있었던 반면

경력이 차니 물경력이 될까 봐 나도 모르게 가면 증후군을 앓고 있었다.

이런 것들을 극복해 보고자 개인 시간을 할애해 시작했던 토이프로젝트마저 잠시 중단했다.

이유는 단순하다.

  • 어디서 보고 들은 걸 바탕으로 눈만 높아서 기준을 잘못 설정한 것
  • 시간 확보 및 루틴화 실패

둘 다 매우 중요하지만 특히 첫 번째에서 무지에 대한 불안감을 많이 느꼈다.

채워 나가려 노력했던 행동이 오히려 내 상황에선 독이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내가 잘 모르는 기술들을 채택하고

어렴풋이 아는 지식들을 내 것으로 착각하고 목표를 설정한 게 잘못이었다.

결국 번아웃같은 증상이 오게되었고, 동기와 의욕을 잃게 되었다.

생각하지 않고 그냥 해보자 해도 힘든 그런 상황으로 이어졌다.

그래서 뭘 하려고 하기 보다 그대로 내려놨다.

시간이 흘러 12월이 되었고 쉬는 동안 생각을 정리해 얻은 답은 다음과 같다.

  1. 작은 목표를 잡고 꾸준히 하나씩
  2. 조급함을 내려놓기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이고 너무 뻔한 답이지만

현재 나를 돌아봤을 때 가장 필요한 것들이 아닌가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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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과정 또한 더 나은 사람이 되기 위함이겠지?

사실 인프콘 및 사내에서 진행하는 테크 세미나 등 연사를 지원해보고 싶었는데

타이밍이 다 맞지 않아 올해는 그냥 넘어가게 되었다.

번아웃은 훌훌 털어내고 커리어를 이어나가는 동안

꼭 한번 연사를 할 수 있도록 단디 노력해야겠다.


1-3. 스크럼 마스터

회사에서는 애자일 조직으로 크게 기능 조직과 목적 조직 두 개로 나뉘어져 있다.

그 중 스쿼드라는 목적 조직을 가진 팀에 속해 있으면서

어느 날 스크럼 마스터의 제안을 받게 되었고 나는 고민 없이 수락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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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럼 마스터란 스크럼(프로젝트 관리를 위한 방법론)이 잘 수행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말한다.

일정 관리, 문제 상황 해결, 스프린트 목표를 위한 병목 해결 등을 예로 들 수 있으며

쉽게 말해 효율적으로 일하고자 가이드 역할을 지원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솔직히 말해 처음 맡을 때는 애자일 방법론에 따른 프로젝트 관리, 회고, 속도 측정등

배경지식이 없이 시작했다.

그래서 생각해보면 웃프지만 서툴고 제대로 동작하지 않은 것 같다.

내가 했던 노력은 팀원들의 커뮤니케이션 및 업무 효율성을 위해

병목해결에 초점을 두었던 것 같다.

가장 기억에 남는 건 회고 때 스크럼 마스터로 인해 업무가 더 효율적이고

스쿼드가 더 안정적이라고 느꼈다는 피드백이었다.

다음에 기회가 생긴다면 더 애자일에 대해 학습하고 반영해보고 싶은 욕심이 생겼다.


2. 건강 및 운동

2-1. 위기

3월쯤 지인과의 약속 이후 그날부터 소화기관 쪽에 이상이 생겼다.

소화기 계통의 여러 증상이 나타나며 두 달간 체중이 약 4.5kg가 빠졌다.

기름진 음식은 생각만 해도 울렁거렸으며 자극적인 음식을 먹고 싶지 않았다.

인터넷에 찾아 보니 짧은 기간 급격한 체중 감소는

큰 병의 가능성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건강검진을 포함해 약 3개월 동안 3개의 병원을 다녔다.

식단도 채식 위주로 바꾸고 빨리 먹는 습관까지 고쳐서 천천히 먹었다.

결과적으로 3차 병원까지 가서 CT를 촬영하며 아무 이상 없다는 진단을 받고 나서야

나는 마음을 놓을 수 있었다.

그 과정에는 위, 대장 내시경, 피검사, CT, 각종 약과 함께였다.

덕분에 대장에 용종도 조기에 발견하여 제거하는 시술을 했고

2년마다 대장 내시경을 해야 하는 운명이 되어버렸다.

급격히 빠진 체중으로 몸도 마음도 지쳐있는 상태였다.

2-2. 헬스

그렇게 나는 기존 일주일에 1회씩 다니고 있던 헬스를 꾸준히 해야겠다고 다짐했다.

예전에 PT 받았던 기억을 더듬어 유튜브를 보고 혼자 운동 루틴을 작성했다.

7월부터 3개월 동안 주 4일씩 꾸준히 나갔다.

식단은 소화력이 약해진 상태라 적은 양으로 자주 먹으려고 노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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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측: before -4.4kg (질병 이슈로 인해 체중 감소)

우측: after +3.4kg (벌크업 골격근량 +2.4kg, 체지방 -0.5kg)

1주일에 4일 운동하는 게 정말 쉽지 않았다. 올해 들어 개발자로서 번아웃이 오다 보니

분해서 그런지 이거라도 제대로 해보자는 생각으로 매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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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9월의 기록
해외 여행가서도 주 4회를 지키기 위해 헬스는 빼먹지 않았다.

건강으로 한번 삐끗하니 잘 자고 잘 먹고 잘 움직이는게 얼마나 중요한지 깨달았다.

크게 아팠던 이슈가 있었지만 이걸 기회 삼아 원하던 운동 습관을 2년 만에 이룬 셈이 되었다.

(현재는 주 3회를 유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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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발자들 워낙 정적으로 앉아 있는 시간이 많다 보니 몸의 움직임이 꼭 필요한 것 같다.

모든 개발자가 개발을 조금 더 건강하게 오래 할 수 있도록

운동을 즐기는 문화가 더 확산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

근력 운동만 하니 유산소도 욕심이 나기 시작했다.

마침 사내에 풋살 동아리가 있어 팀원들과 함께

날씨가 좋은 날 주 1회 정도 동아리 활동으로 유산소를 충족할 수 있었다.

요즘은 추위와 이불에 굴복하고 주 2~3회 정도 근력운동만 유지하고 있는 중이다 ㅠ

최종 목표는 꾸준히 운동해서 멸치 탈출인데 30대엔 꼭 이뤄보고 싶다.


3. 독서

함께 자라기 (1)

22년 회고에서 목표했던 내 나이만큼 읽기는 실패했다.

총 16권 대략 절반 정도 읽었다.

그래도 전년도 6권 읽었던 것에 비하면 10권을 더 읽었기에 만족스러웠다.

연초에 미라클모닝을 하며 읽었던 책들이 기억에 많이 남는다.

그중 인상깊었던 책은 [해커와 화가]이다.

내년엔 개발 관련 책의 비중을 늘리고 여유가 된다면 해커의 화가를 한 번 더 읽고자 한다.


4. Nex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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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축구를 굉장히 좋아하고 16년 차 첼시 팬이다.

주말마다 EPL 첼시 경기를 보는 게 내 취미 중 하나이자

한 주를 기분 좋게 마무리하는 의식과 같았다.

하지만 우승 경쟁을 하던 구단이 작년에 구단주와 감독 선수단이 모두 물갈이되고

10위권으로 내려가며 예전의 위상을 떨치지 못하고 있다.

덕분에 경기를 보면 스트레스받는 지경이 돼버렸다.

축구는 감독 놀음이라 하지만 개인적으로 주기라는 게 있다고 생각한다.

잘나가는 축구 클럽이라도 보통 100년 넘는 역사에 영광이 길게 지속되진 않는다.

암흑기가 있고 그 암흑기를 통해 배운 것을 토대로 다시 과거의 영광을 되찾듯이

나 또한 현재 더 나은 내일을 위해 숨을 고르는 시기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내가 개발자를 시작하게 된 이유는 디지털 노마드가 되기 위해서다.

공간의 제약을 받지 않고 나의 능력만으로 더 큰 세상으로

나아가 사랑하는 아내와 함께 다양한 삶을 경험할 수 있는 인생을 꿈꾼다.

내년엔 내가 응원하는 팀과 내가 꿈꾸는 목표에 한발짝 더 가까워지길 바라며 이 글을 마무리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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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자꾸 눈에 물이 나오는 걸까?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