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을 되돌아보며 가볍게 정리한 글입니다.


목표 없이 시작한 2022년

2021년 하반기부터 시작한 이직 준비로 인해 피로도가 많이 쌓여있었다.

몸과 마음 모두 다 힘든 상황에서 계획을 세울 엄두조차 내지 못하고 이직 준비를 계속 진행했었다.

한 치 앞도 모르는 치열한 채용시장에서 운이 좋았던 건지

2022년 2월 바라던 이직에 성공했고 4월에 입사 후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며

지내다 보니 어느덧 한해가 끝나 있었다.

시간을 되돌아보니 올해는 내년을 위한 호흡을 가다듬는 해라고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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긍정적으로 생각해서 호흡을 가다듬는다 표현했지만 자기 반성의 시간


이직

올해 한 일 중 가장 큰 이벤트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이직하기까지 약 5개월의 시간이 걸렸고 과정은 정말 쉽지 않았다.

1월에 커피챗, 과제, 코드 리뷰, 기술 면접 그리고 cto 면접까지

약 일주일 정도 채용 프로세스 이후 입사하게 되었고 현재는 만족하며 회사를 다니고 있다.


만족하는 이유는 다양하겠지만 그중 하나는 동료이다.

좋은 동료는 최고의 복지라는 말을 경험하고 있다.

하드 스킬과 소프트 스킬 둘 다 팀원들에게 배울 점들이 많아 내 기준에

성장하는 환경이라고 충분히 느끼고 있다.


나는 일하는 데 있어 의견을 많이 물어보는 편이다.

내가 한 의사결정이 남들에게는 개선할 부분이 보일 수 있고,

그 부분을 보완해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가령 내가 어떤 일감을 진행하며 기술 검토 시 조언을 구할 때면

마치 자기 일처럼 끝까지 팔로우업하는 성향의 동료들이 가장 인상 깊었다.


나도 동료들의 그런 모습을 보며 닮고 싶다고 느꼈고

그간 고생했던 보람이 있냐고 스스로 물어본다면 주저하지 않고 Yes 라고 할 수 있다.


인프콘 토크콘서트 패널

인프런에서 개최하는 오프라인 컨퍼런스 행사에 대한 메일을 받게 되었다.

오프라인으로 진행되다 보니 발표 연사를 지원받는다는 내용이었고,

30대 고졸에 비전공자였던 내 배경을 경험 삼아 연사에 도전 해볼까 고민했었다.

아내는 내가 고민을 털어놓으니 불합격하더라도 도전할 가치가 있을 것 같다고 조언해주었다.

아내 말을 믿고 마감일 하루를 앞두고 급하게 PPT 자료를 만들어 제출했다.

결과는 보기 좋게 떨어졌다.


하지만 주니어 개발자들의 토크콘서트라는 프로그램의 패널 제안을 받았다.

연사에 대해 아쉬움은 있었지만, 흔쾌히 수락했다.

이후 내가 지원했던 주제의 연사가 누구일까 궁금했는데,

연사 공개가 있던 날 나는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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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나 좋았던 정수님의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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굽은 어깨, 거북목 이제 나도 제법 개발자다워졌다.

토크콘서트 패널은 4명이 선정되었고 백엔드 2명, 프론트엔드 2명으로 구성되었다.

프로그램은 이직, 코드 리뷰, 동료, 소통 등 현업에서 경험할 수 있는

다양한 키워드를 주제로 이야기를 나누는 내용이었다.

준비 과정에서 인프런 사무실을 방문하기도 했고

좋은 인연들을 만나 함께 할 수 있었던 것은 지금 생각해도 너무 뜻깊고 색다른 경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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걱정 반 설렘 반 준비했던 프로그램은 금방 끝이 났고,

그제야 나도 인프콘을 여유롭게 즐길 수 있게 되었다.

여담으로 온라인에서만 뵐 수 있었던 개발자분들을 실제로 만나 뵙고 인사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지만,

멀리서 지켜보는 것만으로 만족했다. (속마음: 언젠가 인연이 닿지 않을까?)


이날 가장 인상 깊었던 발표는 주니어의 성장과 취업, 이직 이야기 영한 님의 세션이었다.

요약하자면 다음과 같다.

  • 성장: 개발, 운영, 개선 사이클
  • 나를 어필하려면 문제를 기술적으로 어떻게 해결했는지 자세히 적기
  • 깊이 있는 개발자 선호 (한 우물이 아니라 그 주변도 살펴보면서 동반 학습)
  • 내가 아는 게 진짜 아는 걸까?
    • 학습 → 체득 → 정리의 사이클
  • 목표와 시스템의 차이
    • 시스템은 환경에 나를 그냥 던지는 것
  • 짧은 피드백 주기
    • 함께 자라기 생각

발표를 듣는 내내 고민하고 생각해왔던 가치관과 많은 부분이 결이 비슷해서

방향은 잘 잡혀있으니 앞으로 나만 잘 해내면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신혼여행

2020년 10월 나는 유부남이 되었다.

2020년은 모두가 알다시피 코로나가 터진 해였고 계획했던 유럽 신혼여행은 미룰 수밖에 없었다.

언제쯤 갈 수 있을까 시기를 기다리고 있을 때 점차 위드 코로나가 되었고,

아내와 상의한 결과 올해가 적기라는 판단이 들어 신혼여행을 계획하게 되었다.

이탈리아 한 나라만 가기로 정하고 약 2주간의 여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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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사진 :)
남부에서 4박5일, 토스카나 지방에서 3박4일, 피렌체 등 지금 생각하면 꿈만 같다.


나는 여행으로 많은 것을 보고 배우고 느끼는 편이다.

누구는 그 돈이 아깝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여행 경험을 통해 얻는 것들이 나에겐 비용적인 부분보다 더 크게 다가온다.

나는 여행지의 다양한 문화, 생활, 음식, 역사, 사람, 도시의 분위기를 통해 자극받는다.

현재의 나의 위치를 되돌아보게 되고,

삶을 살아가는 데 있어 내가 어떤 것들을 더 채우고 싶은지 많은 것을 느낀다.


사실 여행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스트레스를 받았었다.

여행 준비에 쏟는 시간과 여행 기간 학습을 할 수 없는 것에 대한 불안함 때문이다.


"내가 정말 끈을 놓고 편하게 여행을 즐길 수 있을까?"


걱정했던 것과는 달리 막상 이탈리아에 도착하고 나서부터는 모든 것을 내려놓을 수 있었고,

오히려 여행이 끝날 무렵 돌아가서 어떤 것을 해야 할지 명확하게 정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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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 돌아가기 하루전 로마에서


4년차 그리고 파이콘

개발자로 커리어 전환을 시도할 때 마음속으로 생각해왔던 것이 하나 있다.

"힘들더라도 최소한 3년만 버텨보자"

나에게 이 개발자라는 직업이 맞는지 판단 기준으로 기간을 3년을 잡았다.

그렇게 만 3년을 채우고 4년 차로 접어들 즈음 회사에서 파이콘에 참여하기로 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후원사로 참가하게 되면 채용 부스와 함께 프로그램을 진행할 수 있는데

백엔드 개발자로써 서포트하는 역할인 숨고의 앰버서더로 참가하게 되었다.

채용, 사전 질문, 현장 라이브 질문 등의 질의 응답하는 행사가 진행되었으며

우리 회사의 많은 관심과 인기를 체감할 수 있었다.

나는 이날 과거의 내 모습을 느낄 수 있는 경험을 했다.


과거의 신입과 주니어 시절의 나도 컨퍼런스에 참여해 정보를 조금이나마 얻고자 노력했었고,

얻은 정보를 기반으로 꾸준히 노력하고 버텼던 것 같다.

3년이라는 시간이 지나 돌아보니 아주 잠깐이지만 보상을 받은 것 같은 기분이었다.

하지만 갈 길이 멀고 아직도 채워 나가야 하는 부분이 많다고 생각하기에

더 큰 목표를 가지고 앞으로 나아가야겠다고 느끼는 계기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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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을만 하면 나오는 만렙 개발자


운(동)독(서)영(어)

2023년 목표를 적으며 2017년부터 작성한 목표를 발견했다.

창피하지만 17년도부터 언급된 걸 보니 진짜 나에겐 쉽지 않은 것 같다.

2022년 역시 완벽하지 않았지만 한 걸음 나아갔다고 말할 수 있다.


운동꾸준히 주 3회에 회당 1시간정도씩을 했다.

매주 가능했던 건 아니고 코로나 양성, 신혼여행이나 약속이 많은 경우는 한 달을 쉬었던 경우도 있었다.

어느 정도 루틴이 만들어져서 그런지 운동을 안 하면 몸이 불편해지는 느낌을 경험했고,

이제는 꾸준히 해나갈 수 있을 정도의 습관화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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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운동 조..좋..아


독서는 가깝게 지내며 5분이라도 보려고 노력했으나 우선 순위에 늘 밀려 많이 읽지는 못했다.

계획했던 건 한 달에 1권씩 총 12권이었으나 실질적으로 읽은 책은 절반인 6권이다.

그중 가장 기억에 남는 책은 함께 자라기이다.

이전에 지인으로부터 추천받았던 책인데,

다 읽고 나서 지인과 함께 이야기 나눌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어서 더 의미 있었던 것 같다.

가장 기억의 남는 내용은 아래와 같다.

  • 현실 세계에서는 야생 학습이 더 많이 필요
  • 자기가 습득한 지식이나 능력은 복리로 이자가 붙는다.
  • 피드백을 자주 받기
  • 실수는 예방보다 관리 문화가 중요하다
  • 설득의 성공은 상대방의 이해부터 시작

개발뿐만 아니라 나의 삶의 가치관을 관통하기도 하는 내용도 있어 더 기억에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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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식적인 연습을 하고자 올해는 체대생개발자 정수님을 따라 나이만큼 책읽기를 도전하고자 한다.


영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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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부터 시작했기 때문에 생략한다.


마치며

올해 회고를 쓰면서 느꼈던 부분은 개발 외에 내가 놓치고 있는 부분이 많다는 것이었다.

사실 엄청 힘을 주고서 한 것도 없고 열심히 결과를 만들어낸 것도 없다.

다만 현실적이고 거시적인 목표를 설정하다 보니 긴장의 끈을 놓지 않아 늘 주변을 잘 챙기지 못했다.


2023년엔 여행자의 마인드로 조급한 마음을 조금 내려놓고 여유를 가지며,

현재의 순간을 즐길 수 있는 그런 사람이 되고자 한다.